내가 잔디를 깍던 것은 열여덟 살이나 열아홉 살 때였으니까, 벌써 십사오 년 전의 일이 된다. 꽤 오래 전이다.
가끔, 십사년이나 십오년 정도 라면은 오래 전이라고 할 만한 세월은 아니지 않는가,고 생각할 때도 있다. 짐 모리슨이 <라이트 마이 파이어>를 노래하거나 폴 메카트니가 <롱 앤드 와이딩 로드>를 노래하거나 하던 시절 -- 조금 앞뒤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어쨋든 그런 때다. -- 그것이 그나 자신이 그때에 비해서 그다지 변한 게 없는 게 아닌가고도 생각한다.
아냐, 그럴리는 없겠지. 나는 틀림없이 상당히 변했을 거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 잘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 너무 많다. 아, 나는 변했다. 그리고 십사오 년이라는 것은 제법 오래 전이다.
우리 집 근처에 -- 나는 얼마 전에 여기로 이사 왔다. -- 공립 중학교가 있고, 나는 물건을 사러 가거나, 산책하러 가거나, 할 때마다 그 앞을 지나간다. 그리고 걸으면서 중학생들이 체조를 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장난치거나 하고 있는 것을 멍하니 바라본다. 특별히 좋아서 보는 것은 아니고, 그저 달리 볼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오른편에 있는 벚꽃나무 가로수를 보아도 되지만, 그것보다는 중학생을 보라보는 편이 그런대로 조금은 낫기 때문이다.
어쨋든 , 그렇게 해서 매일 중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어느날 문득 생각했다. 그들은 열네살이나 열다섯살이다. 라고. 이것은 나한테는 그런대로 하나의 발견이었고, 작은 놀라움이었다. 십사 년이나 십오년 전에 그들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태어나 있었다 해도 거의 의식이 없는 핑크빛 고깃덩어리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벌써 브래지어를 하거나, 마스터 베이션을 하거나, 디스크 자키한테 시시한 엽서를 보내거나, 체육관의 창고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어느 집 담벼락에 빨간 스프레이 페인트로 'x지 라고 쓰거나, <전쟁과 평화>를 --아마도-- 읽거나 하고 있는 것이다.
맙소사. 나는 정말로 맙소사라고 생각했다. 십사오 년 전이라면은, 내가 잔디를 깎고 있었던 때가 아닌가. 기억이란 소설과 비슷하다. 혹은 소설이란 기억과 비슷하다.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하고 나서 그 사실을 절실하게 실감하게 되었다. 기억이란 소설과 비슷하다, 혹은 운운 (云云, 등등).
아무리 잘 마무리된 형태로 정리하려고 노력해보아도, 문맥은 이쪽 저쪽으로 왔다갔다 하고, 마지막에는 문맥도 아니게끔 돼 버린다. 왠지 꼭 축 늘어져 버린 새끼 고양이를 몇 마리인가 쌓아 올려놓은 것 같다. 따뜻하고, 게다가 불안정하다. 그런 것이 상품이 되다니 --상품 말이야 -- 대단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가끔 느낀다. 정말로 얼굴이 빨개질 때도 있다. 내가 얼굴이 빨개지면, 온 세계가 얼굴을 붉힌다.
그러나 인간의 존재를 비교적 순수한 동기에 기초를 둔 상당히 어리석은 행위로 간주한다면, 무엇이 옳고 무엇이 옳지 않은지 따위는 대수로운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기억이 생겨나고, 소설이 생겨난다. 이것은 이미, 그 누구도 멈추게 할 수 없는 영구 기계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딸가닥딸가닥 소리를 내면서 온 세계를 돌아다니고, 땅 위에 끝없는 한 줄기 선을 그어 나간다.
잘되면 좋겠습니다, 하고 그는 말한다. 하지만 잘될 리가 없다. 잘 돼 본적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하면 된다는 거냐? 그렇게 해서, 나는 또 새끼 고양이를 모아서 쌓아 올려간다. 새끼 고양이들은 축 늘어져 있고, 아주 부드럽다. 잠이 깨서 자기들이 캠프 파이어의 장작 더미처럼 쌓아 올려진 것을 알아 차렸을 때, 새끼 고양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오라, 뭔가 이상하구나, 라는 정도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렇다면 그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면은 -- 나는 조금은 마음이 놓일 것이다.
그런 것이다.
2
내가 잔디를 깎던 것이 열 여덟살 아니면 열 아홉 살 때니까, 제법 옛날 얘기다. 그 당시 나에게는 동갑내기 애인이 있었지만, 그녀는 약간 사정이 있어서, 꽤 먼 도시에 떨어져 살고 있었다. 우리가 만날 수 있는 것은 일년에 기껏해야 전부해서 이 주일 정도였다. 우리는 그 이 주일 동안에 섹스를 하거나, 영화를 보거나, 비교적 호사스러운 식사를 하거나, 끝없이 이렇다 할 것도 없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꼭 크게 싸움을 하고, 화해를 하고, 또 섹스를 했다. 요컨대 세상에 있는 일반적인 연인들이 하는 일을 압축한 영화같이 하고 있었던 셈이다.
내가 정말로 그녀를 좋아했는지 어떤지,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생각은 나지만, 알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녀하고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가 한 짱씩 옷을 벗는 것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고, 그녀의 부드러운 바기나 안에 들어가는 것도 좋았다. 섹스가 끝난 뒤, 그녀가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이야기하거나 자고 있거나 하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장래 일따위는 무엇 하나 알 수 없다.
그녀와 만나는 이 주일을 빼면, 내 인생은 지독히 단조로웠다. 가끔 대학에 나가서 강의를 받고, 간신히 남만큼의 학점을 땄다. 그리고 혼자 영화를 보거나, 별 뜻도 없이 거리를 어슬렁어슬렁 하거나, 사이가 좋은 여자 친구와 섹스가 배제된 데이트를 하거나 했다. 여럿이 모이거나 떠들거나 하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위에서는 조용한 사람이라고들 생각하고 있었다. 혼자 있을 때는 로큰롤만 들었다.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불행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 나이에는, 모두 그런 것이다.
어느 여름날 아침, 7월 초에, 애인한테서 긴 편지가 왔고, 거기에는 나하고 헤어지고 싶다고 씌어 있었다. 당신을 쭉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 운운. 요컨대 헤어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새 보이 프렌드가 생긴 것이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담배를 여섯 개비 피우고, 밖에 나가서 깡통 맥주를 마시고, 방에 돌아와서 또 담배를 피웠다. 그리고 책상 위에 있는 긴 HB 연필을 세 자루 불질렀다. 특별히 화가 난 것은 아니다. 뭘 해야 할지 잘 몰랐을 뿐이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일하러 갔다. 그리고 얼마 동안, 나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한테서 많이 밝아졌네. 라는 말을 들었다. 인생이란 정말 알 수가 없다.
나는 그 해, 잔디깎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잔디깎기 회사는 오다큐선의 교도역 근처에 있었고, 제법 장사가 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은 집을 지으면 마당에 잔디를 심는다. 또는 개를 키운다. 이것은 조건 반사와 같다. 한번에 양쪽을 다하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다. 잔디의 초록색은 예쁘고, 개는 귀엽다. 그러나 반년쯤 지나면, 모두가 다소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잔디는 깎지 않으면 안 되고, 개는 산책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좀처럼 잘 되어 가지 않는다.
어쨋든, 우리들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잔디를 깎아 주었다. 나는 그 전해의 여름, 대학 학생과에서 이 일거리를 찾아냈다. 나 외에도 몇 명인가 같이 들어간 녀석들이 있었지만 모두 금방 그만둬 버리고, 나만이 남았다. 일은 고됐지만, 급료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남하고 별로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나한테 알맞았다. 나는 거기에 근무하게 되고 나서, 약간의 목돈을 모았다. 여름에 애인과 어딘가에 여행하기 위한 자금이었다. 그러나 그녀하고 헤어져버린 지금에 와서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헤어지자는 편지를 받고 일주일 정도, 그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이것저것 생각해 보았다, 라기보다는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일 정도밖에 생각할 것이 없었던 것이다.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는 일주일이었다. 내 페니스는 남의 페니시같이 느껴졌다. 누군가가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그녀의 작은 젖꼭지를 가만히 씹고 있다. 뭔가 굉장히 이상한 기분이다.
돈의 사용처는 끝끝내 생각해 내지 못했다. 누군가가 중고차 ..스바루 1000CC.. 를 사지 않을래라고 했다. 물건은 나쁘지 않았고 가격도 적당했지만,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스피커를 새로 바꿀까 하고도 생각해 봤지만, 내가 사는 작은 목조 아파트로는 무리한 얘기였다. 아파트를 옮겨도 되었지만, 옮길 이유가 없었다. 아파트를 옮기면, 스피커를 새로 살 만한 돈이 남지 않는 것이었다.
돈을 쓸 데가 없었다. 여름용 폴로 셔츠 한 장과 레코드를 몇 장 샀을 뿐, 나머지는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성능이 좋은 소니의 트랜지스터 라디오도 샀다. 커다란 스피커가 붙어 있었고, FM이 아주 깨끗이 들린다.
그 일주일이 지난 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즉, 돈을 쓸 일이 없다면, 쓸 일 없는 돈을 버는 일도 무의미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어느 날 아침 잔디깎이 회사 사장한테 일을 그만두고 싶은데요.라고 말했다. 슬슬 시험 준비도 하지 않으면 안되고요. 그전에 여행도 하고 싶거든요. 설마 이제는 돈이 필요 없어서요라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 거 유감인데. 하고 사장(이라고 할까, 정원사라는 느낌이 아저씨다.)은 말했다. 그리고 한숨을 쉬고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천당을 올려다보면서 똑'똑' 하는 소리가 나게 목을 이리저리 돌렸다. 자네는 정말이지 잘해 주었어. 아르바이트생 중에서는 제일 오래 되었고, 단골 손님들 평판도 좋고 말이지. 젊은이답지 않게 정말 잘해주었어.
네, 하고 나는 말했다. 사실 나는 대단히 평판이 좋았다. 일을 꼼꼼하게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형 저기 잔디깎기 기계로 대충 잔디를 깎아내고 나면은, 나머지는 적당히 해치운다. 그렇게 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고, 몸도 고되지 않다. 내가 하는 방법은 완전히 거꾸로 였다. 기계로는 적당히 하고, 손으로 하는 일에 시간을 들였다. 당연히 일은 깨끗이 완성된다. 단, 벌이는 적다. 한 건에 얼마라는 급료 계산법이었기 때문이다. 정원의 대체적인 면적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그리고 쭈그리고 일을 하기 때문에, 허리가 지독히 아파진다. 이것은 실제로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일이다. 익숙해지기 전에는 계단의 오르내리기에도 부자유스러울 지경이다.
나는 특별히 좋은 평판을 듣자고 일을 꼼꼼히 한 것이 아니었다. 믿어줄지 모르겠지만, 단순히 잔디를 깎는 것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잔디깎기 가위를 갈고, 잔디깎기 기계를 실은 라이트 밴(뒤쪽 좌석을 앞으로 젖혀 짐 싣는 공간을 넓게 할 수 있는 자동차 형식의 하나)으로 단골집에 가고, 잔디를 깎는다. 여러 유형의 정원이 있고, 여러 유형의 잔디가 있고, 여러 타입의 부인들이 있다. 얌전하고 친절한 부인이 있는가 하면은, 무뚝뚝한 부인도 있다. 노브라에다 넉넉한 T셔츠를 입고 잔디를 깎고 있는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젖꼭지까지 보여주는 부인도 있다.
어쨋든 나는 잔디를 계속 깎았다. 대부분의 경우 잔디는 충분히 웃자라고 있었다. 마치 풀밭 같았다. 잔디가 웃자라 있으면 있을수록, 일은 할 만했다. 일이 끝난 뒤에는, 정원의 인상이 완전히 변해 버리는 것이다. 그것은 아주 멋진 느낌이다. 마치 두꺼운 구름이 한 순간 걷히고, 태양 광선이 주위에 꽉 찬 것 같은 느낌이다.
꼭 한 번 -- 일이 끝난 뒤에-- 부인들 중 하나하고 잔 적이 있다. 서른 하나나 둘, 그 정도 나이의 부인이었다. 그녀는 자그마했고, 작고 탄탄한 유방을 갖고 있었다. 덧문을 전부 닫고 불을 끈 컴컴한 방안에서 우리는 관계를 맺었다. 그녀는 원피스를 입은 채 속옷을 벗고, 내 위에 올라탔다. 가슴보다 아래쪽은 나한테 만지지 못하게 했다. 그녀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차가웠고, 바기나만이 따뜻했다. 그녀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나도 잠자코 있었다. 원피스 옷자락이 사가사각 소리를 냈고 그것이 늦어지거나 빨라지거나 했다. 도중에 한번 전화벨이 울렸다. 벨은 한참 울리고 나서 그쳤다.
나중에, 내가 애인하고 헤어지게 된 것은 그 일 때문이 아닐까 문득 생각하기도 했다. 특별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될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왠지 그렇게 느껴졌을 뿐이다. 받지 않았던 전화벨 때문이다. 하지만, 됐다. 어차피 끝난 일이다.
하지만 난처한데, 하고 사장이 말했다. 자네가 지금 빠져 버리면, 예약을 처리할 수가 없어, 지금이 한창 시즌이고 말이지. 장마 탓에 잔디가 아주 길게 자란 것이다.
어때, 일주일만 더 일해주지 않으려나? 일주일 정도면 사람도 어떻게 구할 수 있을 거고, 그럭저럭 해 나갈 수 있겠는데 말이지, 만일 해준다면 특별 보너스를 주지. 괜찮아요, 하고 나는 말했다 당장 이렇다 할 예정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일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다. 그렇게 하지만 이상하군, 하고 나는 생각한다. 돈 따윈 필요 없다고 생각하자마자 돈이 들어온다.
삼 일 개고 나서, 하루 비가 오고, 또 삼 일 개었다. 그런식으로 마지막 일주일이 지나갔다. 여름이었다. 그것도 반해 버릴만큼 멋진 여름이었다. 하늘에는 옛 추억 같은 하얀 구름이 떠있었다. 태양은 따갑게 살갗을 태웠다. 내 등껍질은 깨끗이 세 번 벗겨지고, 새까매졌다. 귀 뒤켠까지도 새까맸다.
마지막 일하는 날 아침, 나는 T셔츠와 쇼트 팬츠, 테니스 슈즈에다가 선클라스의 차림으로 라이트 밴에 올라탔고, 내게는 마지막이 될 정원으로 향했다. 자동차 라디오는 망가져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들고 온 트랜지스터 라디오로 로큰룰을 들으면서 차를 몰았다. 클리대스나 그랜드 펑크 같은 그런 느낌이다. 모든 것이 여름의 태양을 중심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나는 토막토막 휘파람을 불고, 휘파람을 불지 않을 때는 담배를 피웠다. FEN의 뉴스 아나운서는 이상한 인토네이션으로 베트남의 지명을 연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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